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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물난리 [172] 본문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은 비교적 상류 지역이라 홍수 피해나 물난리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구경도 못한 것으로 기억된다.
공주군 계룡면 경천리 이지역은 금강 지류인 노성천이 시작되는 계룡산 아랫마을이다.
아마도 선조님들께서 안전한 곳에 자리를 마련하신 것 같다.
당시에는 하천의 둑이 없어 장마시에 이곳저곳이 움푹 패이는 정도였다.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지면 그곳에서 멱을 감고 놀았지만 며칠 지나면 모두 말라버렸다.
그 후 경기 평택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1971년 4월경에]
이사 첫해 여름 장마에 물난리를 처음 경험해보았다.
군문교는 안성천에 건설된 평택에서 팽성읍과 충청도 아산 둔포지역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이었다.
당시의 다리는 교각의 숫자도 적었으며 길이도 지금의 다리에 절반 정도였다.
밤새 내리는 굵은 빗줄기 소리에 잠을 설치고 늦잠에서 뒹구는데 안집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물이 넘쳐서 동네 안쪽으로 밀려들어온다고 걱정이시다.
급한 마음에 다리 근처로 나가보았다.
이미 수십 명의 주민들이 나와서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를 걱정하며 서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아침밥을 먹고 다시 나가보니 아까 서있던 자리는 이미 물바다로 변했다.
차량 통행도 못할 만큼 물이 불어났다.
당시에는 아산만 방조제가 공사 중이라서 밀물이 밀려 들어오는 시간대로 기억한다.
밀물이 들어오면 군문교 아래를 지나 경부선 철길 아래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미군 차량 [트럭]이 겁 없이 건너간다.
뒤에 기다리던 작은 트럭 [일명 쓰리쿼터]이 뒤를 이어 달려 나갔으나 급류에 그만 휩쓸리고 말았다.
조금 떠내려가던 그 트럭은 뒤집어지면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르며 흘러가지만 모두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찔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운전석이 있는 앞칸에만 두 세 명의 미군이 탑승한 걸로 기억한다.
결국 들판에 서있는 송전탑에 부딪히며 멈춰 서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가 없었으니 가슴 아픈 일이었다.
다음날 새벽에 나가보니 두 명의 미군 병사 시체를 수습하여 길옆에 천으로 덮어두었다.
아직 다리를 건널 수 없어 부대 안으로 수습하지 못한 상태였다.
미군 병사의 명복을 빕니다.
1972년인가 그해 여름에 망원동 일대가 침수되었다.
서대문구 아현동에 머물 때였는데 한강으로 물구경을 가보았다.
흙탕물이 다리 바로 아래까지 요란하게 흘러내려간다.
다리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옆의 아저씨가 하는 소리가 나무토막이며 이것저것이 떠내려오면 강원도에서 오는 것이란다.
정말로 강원도에서 여기까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청평댐이나 팔당댐이 건설되기 전이라면은...
주택가 골목을 걸어가며 침수피해를 구경하는데 집집마다 담벼락에는 수평을 맞춰서 똥덩어리들이 말라 붙어어있었으니 그 냄새 또한 대단했다.
세월이 흘러 1984년 평택에 다시 큰 물난리가 일어나게 됩니다.
하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합니다.
아침 식사 중인데 지인 집에서 연락이 옵니다.
젊은 사람이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다급하게 말씀하시네요.
식사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벌써 마당까지 물이 차고 부엌 문턱을 넘어 들어가네요.
돼지우리에 들어가서 몇 마리를 강제로 잡아 끌어내어 리어카에 실어 보냅니다.
그사이에 물은 불어나서 이미 방 안으로 들어가고 있네요.
동네 사람들은 모두 대피하고 젊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소리 지르고 물건을 건져내옵니다.
우선 우리 집이 걱정이 되어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약간의 높이가 있어서 우리 동네까지는 물이 들어오지 않네요.
다시 동생집으로 달려가 보니 마당과 부엌이 침수되고 다행히 화물차를 가지고 와서 급한 대로 짐을 싣고 출발하려 하더군요.
방안까지 물이 들어차서 침수가 시작되었네요.
아까 그 집으로 달려가니 부탁을 하네요.
방안까지 들어가서 세간을 최대한 장롱 위에 올리거나 선반에 올려달라 하시네요.
이미 물은 가슴까지 차올랐습니다.
조심조심 부엌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가니 방바닥에서 꿀렁 소리가 나면서 물방울이 솟아오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흙탕물이 문제가 아니라 이 집 저 집 푸세식 화장실에서 떠오른 덩어리들이 온몸에 달라붙고 심지어 얼굴과 입에도 붙어 버립니다.
냄새도 역겹고 사람 죽을 맛이네요.
물결에 흔들릴 때마다 똥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장독대의 빈 항아리들 역시 모두 떠 돌아다닙니다.
친척집 두 곳에 들러보니 두 집 모두 방안까지 이미 물이 차올랐네요.
마을 방송을 듣고 모두 인근 초등학교 건물로 대피했습니다.
1층은 물이 차서 모두 2층과 3층으로 올라가셔서 자리 피고 누워계시네요.
지금처럼 적십자사에서 즉시 구호물품을 주던 시절이 아녔습니다.
식수도 조달이 안되고 지금처럼 생수도 없었고요.
더구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서 더욱 문제 컸습니다.
당시 초등학교의 화장실은 푸세식으로 1층 건물인데 모두 침수가 되어버렸네요.
다행히 하룻밤만에 물은 모두 빠졌습니다.
방조제 수문을 열지 못해서 [밀물 몇 시간 동안] 물들이 정체되었던 겁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막아 놓은 것이 방조제인데 이것이 양쪽[민물과 바닷물] 물이 수평을 이루면 [만조시에만...] 홍수로 불어난 물을 한 방울도 바다로 보낼 수가 없습니다.
수문을 개방하면 바닷물이 역류할 수도 있거든요.
내륙 깊숙한 곳의 댐 하고는 너무 다른 차이일 겁니다.
학교 대피시설이 너무 불편해서 모두 친인척 집이나 지인 집으로 돌아갔네요.
그해 북한의 김일성이 남한의 수해 피해를 도와준다면 구호품을 보내왔습니다.
쌀과 담요 등등요...
저는 직접 피해가 없어서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쌀은 밥을 해 먹지 못해서 모두 방앗간에서 떡으로 대신했을 겁니다.
수해피해 보고는 이장님의 파워가 막강합니다.
이장님이 최일선에서 확인하고 명단을 올려주기 때문일 겁니다.
평소에 이장님 멱살 잡은 사람은 글쎄요 조금 불편했을 겁니다...................
세월은 흘러 2017년 여름 괴산을 비롯한 충청 중부지역에 밤새 장대비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퍼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일요일 새벽 개울에 물이 엄청 불어 아슬아슬하게 흘러간다.
아침 먹고 나오니 다시 쏟아진다.
옹벽을 넘어선 물줄기는 다리 위로 흐르더니 결국 흙을 파내며 둑방을 무너트렸다.
양어장이 침수되며 물바다가 되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안전했지만 냇가 부근의 논밭은 토사 유실과 침수로 피해를 보았다.
괴산군 전체가 물벼락을 맞고 시달렸다.
물은 언젠가는 자기 자리를 찾아 흐르게 설계되었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물가나 계곡 근처에 꼭 집을 지어야 했다.
나만 아니면 되었고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 실수를 한다.
해마다 반복되며 전국 각 지역을 골고루 돌아다니며 물난리 아니 전쟁을 일으킨다고 할 것이다.
인명 피해가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재산 피해 역시 엄청나다 할 것이다.
물가의 고공 행진으로 인플레의 오르막 현상으로 피해액수를 계산해보면 천문학적 숫자가 된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부서지고 떠내려가며 망가트리고 무너지며 자연은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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