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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일출 산행의 추억 [139] 본문

오늘의 이야기.

태백산 일출 산행의 추억 [139]

현덕1 2022. 1. 4. 21:16

최인태의 세상이야기 블로그입니다.

찾아 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1996년까지는 일출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아마 알았다해도 어찌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아침해는 날마다 솟아오르는데 웬 호들갑인지 모를 일이지요.

아무 곳에서나 의미 있게 바라보면 되지 힘들게 산에 오르거나 멀고 먼 동해바다까지 그 어려운 길을 가야만 하나요.?

 

96년 12월 중순에 길거리 정보 신문[벼룩시장]을 한 장 갖고 와서 몇 시간째 고민 아니 방황 중이었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되는데 왜 그리 긴 시간을 고민했을까요?

이유는 한 번의 경험도 없었으며 모르는 사람들과 밤새 버스 타고 다녀와야 하며 산행 실력이나 경험이 별로여서 자신감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서요.

시간은 다가오고 드디어 전화 다이얼을 돌렸습니다.

여보세요.

산악회죠?

산행 신청을 하려고요.

접수 끝났나요?

아니 몇 자리가 남아있답니다.

31일 날 밤 10시까지 평택 역 앞으로 오시면 쌍윤 관광버스가 기다린다네요.

 

괜히 신청했나 가슴이 떨려오네요.

갑자기 가지 말까 하면서 후회가 밀려옵니다.

왜냐고요.

신발은 랜드로바 세무 운동화이고요.

배낭은 아들 초등학교 소풍 갈 때 메던 거고요.

등산복은 있지만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서요.

내일 아침밥과 점심밥은 어떻게 하나...

도시락은 준비하지만 강추위에 어찌 먹는단 말인가!

 

9시 반에 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산객들이 승차해있네요.

버스 뒷바퀴 바로 위에 한자리 얻어서 앉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자리는 난방 히터가 나오는 위치라서 비워둔 것 같더라고요.

버스는 만차가 되어 설렘과 기대감에 불안감이 더해진 채로 달리고 달렸습니다.

당시는 고속도로가 빈약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그 시끄러운 버스 안에서 비몽 사몽으로 잠들고 깨고를 반복하다 어느 시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시간을 보니 새벽 03시 정도 되었을 겁니다.

유리창도 꽁꽁 얼어서 입김으로 불어서 밖을 보니 희미한 가로등 아래 수많은 등산객들이 많아도 너무 많네요.

총무님 안내 방송이 일출은 07시 30분 정도 예상하고 이곳 유일사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될 거랍니다.

05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고 하면서 차내에서 주무시던지 시간을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잠시 후 산행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갈 수가 없네요.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이미 주차장에서 정상인 천제단까지 빼곡하게 들어찼답니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가 넘는 것 같습니다.

밀고 밀려서 어둠 속에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허리 부분이라서 내륙에서 부는 바람의 영향이 가장 강한 곳 중에 하나입니다.

일출을 기다리면 되는데 등산객 일부는 이미 하산을 하고 있네요.

아마 라디오를 청취하는데 오늘 일출은 날씨가 흐려서 전국에서 볼 수가 없다는 방송을 듣고 내려가네요.

바람을 피해서 07시 30분이 넘어도 일출은 고사하고 아직도 어두컴컴합니다..

총무님이 문수봉을 돌아서 하산하랍니다.

 

생애 첫 일출산행이 보기 좋게 실패입니다.

문수봉을 돌아 당골로 내려서는 길에 빗방울과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합니다.

1996년에 집 나와서 몇 시간 만에 세월이 흘러서 1997년 1월 1일인데 산중에서 비를 맞고 있네요.

하늘도 무심하지 첫 해맞이 산행길인데 해님은 고사하고 비를 내려 주시다니 내가 덕이 모자란가 봅니다.

당골 주차장 상가의 식당에 빈자리가 없네요.

아침인가 점심인가 뭐를 먹어야 하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숫기도 없고 배는 고프고 물 조금 마시고 버스에 오릅니다.

허탕 치고 피곤하니 의자 아래 히타에서 군불을 때 주니 잠이 쏟아집니다.

한참을 늘어지게 자고 나니 어디 휴게소랍니다.

간단하게 요기하고 출발하는데 기사님 얼굴이 어둡네요.

하늘이 온통 잿빛인데 눈 예보가 있었답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서 밖이 보이지 않지만 앞유리창으로 눈발이 날리는 게 보입니다.

맑은 날이면 해지기 전에 평택역에 편하게 도착한다는데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입니다.

중부고속도로에 많은 눈이 내려 소형차들은 고립되었네요.

결국에 12시가 한참 지난 시간에 평택역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집이 가까워서 걸어가면 되지만 안중이나 송탄 안정리 방면의 산객들은 여관으로 가시네요.

눈길이라서 택시도 없더군요.

 

다음날 산행 일기를 준비합니다.

날짜를 적고 오가는 소요시간 그리고 산행 시작부터 끝까지 중간중간 포인트 도착시간도 적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현지 날씨도 기록하고요.

오가는 동안과 산행 중에 몇몇 등산객들과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초라했네요.

동석한 젊은 친구는 어제는 골 때리는 산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네요.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두타산을 일컫는 말인데 한참 후 알아들었습니다.

건너편의 아저씨는 엊그제 지리산에서 야영을 했다고 하고 그 앞자리의 여성분은 겨울산행은 설악이라고 자랑이 한창이더군요.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모두 이렇게 열정적으로 아니 정열적으로 살고들 있는데 먹고살기 바쁘다고 그냥 그렇게 살아온 것 같은데...

스스로 다짐을 해봅니다.

 

골프는 돈이 없어 어려울 것 같고 테니스는 아예 생각이 없고 마라톤은 너무 힘들고 시간도 걸리고 해서 싫고 뭔가는 하나는 해야 하는데...

그렇다 등산이다 이것은 그냥 걷기만 하면 된다 아니 오르고 내리면 된다.

가까운 곳으로만 가면 돈도 시간도 절약될 것이고 한 가지 약점이라면 숫기가 없고 내성적이라 용기가 나지 않네요.

망설이다 세월 다보내고 생각만 하다 보면 늙어 버릴 것 같으니 걱정입니다.

2주 후에 벼룩시장에 산행 광고 올라왔는데 점봉산이라네요.

특징이라면 설악을 제대로 보려면 점봉산에 올라야 한답니다.

지난번 경험이 있어 자신 있게 산행 신청을 했습니다.

무박산행이며 심설산행으로 동절기 최고의 산행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1998년 12월에 다시 태백산 일출산행에 도전했습니다.

지난번과 같은 코스이며 이제는 산행에도 산우들과의 관계도 자신감이 앞서있었습니다.

천제단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일출은 장괸이였습니다.

일부 산행객 들은 일출에 맞춰 애국가를 제창하기도 합니다.

지난번의 산행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였으며 허기도 느끼지 않을 만큼 넉넉한 산행이었습니다.

그 후로 약 20여 년간 15회 이상 태백산을 찾아 올랐습니다.

유일사 코스와 당골 광장 코스 그리고 백단사 코스까지 모두 다녀보았네요.

물론 4계 절도 함께 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네요.

이제 한번 더 가보고 싶네요.

그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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