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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를 손에 든 인생 [136] 본문

오늘의 이야기.

빗자루를 손에 든 인생 [136]

현덕1 2021. 12. 26. 21:19

최인태의 세상이야기 블로그입니다.

찾아 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옛날 부잣집에서는 아랫사람이 마당을 쓸 때 밖에서 안쪽으로 쓸게 하였다 합니다.

즉 집안의 복이 빗자루 끝에 실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함이겠지요.

밖으로 비질을 하면 나뭇잎이나 흙이라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던 모양입니다.

개문 만복래[開門萬福來] 소지 황금출[掃地黃金出]이라했습니다.

입춘날에 대문 양쪽에 붙이는 글입니다.

대문을 열면 복이 들어오고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는 뜻이지요.

부잣집은 자식들에게 길에서 넘어지면 그냥 일어서지 말고 흙이라도 한 줌 꼭 쥐고 일어나라고 가르쳤답니다.

잘못해서 넘어졌지만 일어설 때는 빈손으로 안된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늦가을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아버지는 붉은 수수를 수확하셨습니다.

밭둑에 길게 줄지어 심거나 작은 밭에 전부 수수를 심어서 알이 꽉 차게 영글면 이삭의 목을 구부려 놓았습니다.

즉 아래로 고개를 숙이라고 일부러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빗자루 만들기에 아주 좋은 상품이 되거든요.

수수를 수확하고 나면 알곡은 자룻속으로 들어가고 남은 쭉정이 수숫대는 따로 모아서 빗자루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단 가지런하게 손질을 한 다음에 마루에 편하게 앉으신 후 굵은 노끈을 아버지 허리춤에 한 바퀴 둘러맨 후 나머지는 앞부분으로 발끝 부분에 작은 나무토막을 걸고 양쪽의 발가락에 올려놓습니다.

수숫대를 가지런히 잡으신 후 줄에 걸고 허리와 다리에 힘을 주면 단단하게 말리면서 묶어집니다.

빗자루의 크기별로 다르지만 몇 번의 손길이 지나가면 빗자루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마무리 부분을 단단히 묶은 후 허리춤의 노끈을 풀면 하나의 빗자루가 만들어집니다.

낮부터 밤늦게 까지 만드시면 다음날은 이웃이나 지인들에게 골고루 돌아갑니다.

몇 개 남은 것은 사랑방 마룻기둥에 매달아 놓습니다.

우리의 민속 박물관을 관람하던 어느 외국인 물었답니다.

빗자루를 묶어낸 마디를 바라보며 사람의 손으로 어찌 저렇게 단단하게 묶을 수가 있느냐?

해설하는 분이 다음 장면을 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였답니다.

빗자루를 만드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전국의 크고 작은 사찰은 모두 둘러보았습니다.

모든 사찰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크던 작던 대웅전 앞에는 넓은 마당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하얀 마당에는 풀 한 포기가 없답니다.

어린 시절에 절 마당을 바라볼 때 이곳은 부처님의 힘으로 풀이 자라지 못하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속리산 법주사에 처음 갔을 때 팔상전 앞의 마당을 볼 때도 그랬습니다.

모악산의 금산사를 방문했을 때는 이른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6월 초]

젊은 스님이 마당을 쓸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너무나 깨끗한데도 계속해서 쓸고 있었습니다.

어제 쓸었던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넓은 마당을 홀로 쓸고 계시더군요.

미륵전 앞의 그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작은 해탈을 경험했습니다.

 

몇 년 후 아들과 함께 겨울철에 합천 가야산 등산을 떠났습니다.

해인사 절 앞의 상가지구의 여관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새벽에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여관의 문이 힘들게 열리네요.

이상하다 엊저녁에 가뿐하게 열렸는데...

밤새 폭설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06시인데 계속해서 내리네요.

일단 출발했습니다.

해인사 일주문 앞을 지나는데 스님 몇 분 이서 눈을 쓸고 계시네요.

함박눈이라서 쓸고 돌아서면 그 자리에 금방 쌓여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힘들게 쓸고 계시더군요.

그날도 작은 해탈을 경험했습니다.

 

어느 작은 절의 주지 스님이 동자승에게 문제를 내었습니다.

절마당에 둥그런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어디를 다녀오는데 그때 네가 이 동그라미 안에 있으면 너는 밥을 굶어야 할것이다.

그 반대로 밖에 있으면 너는 절을 떠나야 할것이다. 

동자승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얼마후에 주지 스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동자승 굶을 일도 쫓겨날도 없게 되었습니다.

 

동자승은 어리지만 자신의 앞날이 달린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였지요.

망설이든 동자승은 마당 한켠에 있는 빗자루를 들고와서 마당의 동그라미를 쓸어 없애버렸습니다.

둥그런 원이 없으니 주지스님도 무어라 할말이 없는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자신을 스스로 가두는 것은 아닌지 돌아 보아야겠습니다.

사람은 스스로 벽을 만들어 그안에 갇히는 삶을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것 같네요.

 

요즘 젊은 사람이 전원주택을 크게 짓고 마당도 넓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마당에서는 풀들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안 보이고 농약은 사용하기 싫은데 어찌하오리까?

젊은이는 절마당을 떠 올렸습니다.

그곳은 어찌해서 풀들이 안 날까 무슨 묘약을 사용하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묘약이나 비법은 없습니다.

스님들은 마당이 더럽거나 지저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비질 자체가 수양이었던 것입니다.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눈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내리는 대로 그대로 빗자루로 힘들게 눈을 치우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수양이 되겠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도 크게 감명을 받았답니다.

나이 들수록 수양은 더욱 필요한 것이며 자신을 갈고닦는 유일한 길이기도 할 겁니다.

 

학창 시절에 가장 귀찮은 일이라면 교실과 운동장 또는 복도를 청소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날마다 쓸고 닦아도 선생님의 눈에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셨을까요?

청소 검사가 빨리 끝나야 집으로 가는데 선생님은 여기저기 지적을 하셨지요.

아마도 너희들 인생길도 이렇게 항상 쓸고 닦아야 한다는 암시였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여러 종류의 청소기 그것도 로봇청소기가 도와줍니다.

 

우리나라의 빗자루 재료는 대나무와 싸리나무 그리고 댑싸리 같은 1년생 화초 겸 풀이 있습니다.

아주 훌륭한 재료이며 우리 가까이에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대나무는 곁가지를 잘라서 만들지만 싸리나무는 오래 묵은 가지는 투박해서 해마다 잘라주면 새로 나온 나뭇가지는 곧고 길게 자라서 아주 좋은 재료가 됩니다.

산에서 자라는 싸리나무도 몇 종류가 될 겁니다.

지금은 플라스틱[파란색] 빗자루가 저렴하게 판매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직접 손으로 만드는 일 거의 없을 겁니다.

더구나 블로워라고 부르는 기계가 나와서 등에 메거나 손에 들고 바람으로 모든 걸 날려버린답니다.

우리말로 송풍기인데 사용해보니 아주 성능이 좋더라고요.

눈이 내리면 이 기계로 한방에 날려버리네요.

 

빗자루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닳아서 아주 짧게 되는데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어서 버린답니다.

예전 어른들이 술 마시고 고개를 넘다가 도깨비를 만나서 밤새 싸워 이겼답니다.

다음날 낮에 확인하러 가보니 몽당 빗자루를 허리띠로 꽁꽁 묶어 놓았더랍니다.

빗자루가 도깨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특히 부엌에서 사용하는 빗자루는 아궁이 근처에서 사용하다 보니 더 빨리 닳게 됩니다.

아궁이 속의 불붙은 재를 자주 닿다 보니 그렇게 됩니다.

사용할 수 없으면 불길 속에 던져 넣어 태우면 되는데 어른들은 그냥 내다 버린답니다.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방바닥을 쓸어내는 빗자루는 대나무도 싸리나무도 아닌 다른 재료가 사용됩니다.

갈대의 윗부분을 자른 후 건조 후에 만들게 됩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빗자루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각각의 용도에 맞게 만들어졌으며 가격도 천차만별일 겁니다.

빗자루만 비싸고 예쁘면 뭣합니까?

손에 들고 수양하는 자세도 중요할 겁니다.

마음에 비질로 자신을 한번 뒤돌아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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