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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없었지만 [99]

현덕1 2021. 4. 27. 20:39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귀한 5대 독자가 태어났다.

후대를 이어야 하는데 아들이 워낙 귀한 집안이니 경사가 났다.

백일잔치도 푸짐하게 돌잔치는 웬만한 집의 환갑잔치보다 더 잘 차렸다.

금이야 옥이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우리 아들.

조심조심 모두가 조심하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길 고대한다.

 

아이가 대여섯 살 무렵 부모는 근심 걱정 속에 점을 보기로 하였다.

복채를 든든히 준비하고 이것저것 열심히 물었다.

워낙 귀한 몸이니 아까울 것이 없었다.

점괘는 아이가 물에 빠져 죽을 수가 있으니 물가를 조심하란다.

 

어린 시절에 여름철이면 아이들은 모두가 시냇물이나 저수지 또는 웅덩이 등에 뛰어들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아무리 조심해도 익사사고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지금도 무더운 여름이면 수많은 익사자가 발생한다.

어느 하나 귀하고 아깝지 않은 목숨이 있을까?

 

집으로 돌아온 부모는 그날부터 특급 경계에 들어간다.

물을 조심하라는 엄명이 온 집안 식구들에게 하달된다.

물을 마실 때도 항상 지켜보아야 한다.

아침에 세수할 때도 목욕할 때도 물이라면 무조건 조심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아무리 조심을 하고 주의를 철저히 해도 철부지 아이는 나몰라라 하며 물을 보면 신이 났다.

복더위가 한창일 무렵에 부모는 근심 걱정이 한가득 되어 이런 결정을 내린다.

안 되겠소 당분간은 아이를 방에 가둡시다.

더위가 물러갈 때까지만이라도 그리하여 아이는 방에 갇혀 지내야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더위가 물러 갈 떼까지 방에 갇혀야 한다는 말에 아이는 실망을 한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방에 하루 종일 갇혀있으니...

때가 되면 밥상이 들어오고 쉬가 마려우면 요강이 들어오고.

더위가 막바지일 무렵 아이는 지쳐간다.

내가 무슨 죄인인가?

모든 걸 체념한 아이는 점쟁이 말만 믿고 자식을 가두는 부모를 원망하며 숨을 거둔다.

 

물~ 물이 원수다 물 때문에 내가 지금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안에는 물 한 방울이 없다.

쉬를 해도 곧바로 치워진다.

방안에 없는 물을 원망하며 안방 벽에 물 수를 크게 써 놓고 머리를 박아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물 때문에 결국 내 수명이 여기까지이다.

 

또 다른 아이는 이름 때문에 단명했다.

그 유명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이 아이도 부잣집의 외동아들로 태어났으니 온갖 정성을 다해 양육한다.

유명한 점쟁이의 말대로 이름이 좋아야 오래 산다는 뜻을 가진 단어를 모아 이름을 지었다,

 

세상에 좋은 말을 모두 붙여서 지은 아이의 이름을 모두 부르려면 한참을 불러야 한다.

그러니 아이에게 급한일이 생겨도 그 이름만 부르다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한 글자도 빠트리지 말아야 하며 똑똑한 발음으로 불러야 했으니...

 

어느 여름날 이 귀한 아들이 물에 빠졌는데...

부르다 부르다 지쳐 죽을 이름이여 길어도 너무 길다.

이름만 부르다 결국에는 아이는 물에서 건져내지도 못하고 죽게 되었다.

 

두 아이 모두의 공통점은 부모들의 지나친 집착이다.

내 자식이 귀하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단순하게 이름 짓고 다른 아이처럼 키웠다면 오래 장수하며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 한 방울 없는 방 안에서 물에 빠져 죽는 일도 없었을 테고.

너무 길어서 이름만 부르다 시간을 허비해서 결국은 죽게 만든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귀한 자식일수록 매로 다스리고.

미운 놈일수록 떡 하나 더 주라 했다.

하지만 그 부모들은 반대의 행동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자식이 많은 울 아버지는 어느 한놈이 늦게 밥을 먹으면 너는 좀 전에 먹고 또 먹느냐 하고 물으셨다.

식구들 밥 먹을 때 노느라 들어오지 않아도 어느 자식 놈이 안 들어왔는지도 모르셨기에...

무관심은 절대 아니셨다.

보릿고개에 그 많은 식구들 밥은 절대 굶기지 않으셨다.

가장 많을 때는 우리 가족이 13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하지만 너무 귀한 집 자식들은 부모의 지나친 욕심과 자식사랑심에 결국은 자식을 단명의 길로 데려갔다. 

그래서 본인은 장삼이사[張三李四]를 이야기한다.

장씨네 셋째 아들과 이씨네 넷째 아들을 말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어중간한 중간 대이기에 그렇다.

그래도 모두가 소중한 부모이고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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