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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93]

현덕1 2021. 2. 24. 21:09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길이란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실제의 길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살아온 아니 지나온 흔적을 길에 비유한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은 순수한 흙길은 태곳적 그대로의 길이다.

지구가 만들어지고 동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물이 흐르는 물길만이 있었을 것이다.

그 후 움직일 수 있는 육상 동물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수만년후에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현재의 모든 도로가 [길] 나타나게 되었다.

 

인간이 출현하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인 길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실크로드와 차마고도가 만들어졌으며 구불 구불 아흔아홉 구 비의 험한 고갯길이 만들어진다.

지구 상 어디든 길이 없는 곳이 없다.

뱃길로 연결하면 모든 길은 하나의 길로써 전 세계를 휘감고 돌아간다.

그 길에 끝이 있었으니 그 길은 마지막에 걷는 저승길이다.

 

인생길에는 세갈래가 있지만 끝에 만나는 황혼길이 가장 슬프게 다가온다.

낙엽 지는 가을날의 단풍길도 그렇게 유쾌한 길은 아닐 것이다.

정처 없는 나그넷길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 일 듯하다.

 

현대의 도로가 없던 옛날에는 한양에서 부산까지의 천릿길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것이다.

걸음걸이가 빨랐다 해도 평균해서 하루에 50리[20km]를 걸어도 20일 이상이 소요되는 길이다.

사람의 평균속도가 시속 4km이지만 이것은 만들어진 길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험준한 고갯길도 넘어야 하고 크고 작은 물길도 수없이 나타났을 것이다.

수많은 장애물은 우회해야 했으며 눈비가 많이 내리면 거의 걷지 못했을 것이다.

강을 건너려면 뱃사공이 있어야 하는데 가는 곳마다 뱃사공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의 산행 기록은 지리산 횡단 산행 때 세운 기록은 시속 3km인데 10시간 동안에 30km의 산행을 하였다.

그 후에 경기도 평택시와 안성시를 연결하는 부덕 고백의 등산로인데 역시 30여 km를 10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구간별로 끊어져있던 것을 전구간을 이어서 하나의 길로 완성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거의가 사유지이기에 토지 소유주들의 항변을 들어야 했으며 어느 날 가보면 길은 막혀있더라고요.

결국은 우회하거나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만들었습니다.

 

서울은 큰 도시입니다.

몇 년이 지나면 너무 변해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며 하물며 서울에 살면서도 길을 잃고 헤매며 잘 찾아갈 수가 없다고 하시네요.

1970년대 초에 서울 신촌에서 2년간 살았습니다.

당시에는 자전거 배달일도 했는데 신촌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역에서 가서 짐을 찾아오기도 하였지요.

50년이 지난 지금 가지는 못해도 스카이뷰를 통해 확인해보면 그 길들은 정확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건물들과 사람만 변했지 길들은 변함이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산과 산 사이에 낮은 곳에는 고갯길이 꼭 있습니다.

힘들게 오르고 내리지만 그래도 산의 가장 낮은 곳일 겁니다.

백두대간에는 큰 고갯길이 많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허리를 지탱하는 산줄기이기에 고갯길은 령[嶺] 치 [峙] 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관령, 한계령, 추풍령, 미시령, 죽령이 있으며 정령치와 광대치 그리고 문경새재와 신의터재 등으로 불리는 고갯길이 많이 있습니다.

 

전란에는 살기 위해 울며 넘던 고갯길이며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뒤돌아 보던 그런 길입니다.

사랑하는 님을 두고 이별하던 길이며 떠나간 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죽음으로 끝난 눈물 어린 박달재 길입니다.

제 고향에는 23번 국도가 지나고 있습니다.

계룡산 신원사를 가려면 화마루를 지나야 합니다.

화마루는 서울로 논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정류소가 있습니다.

저 멀리 상월에서 흙 머지가 피어오르면 분명 버스가 도착합니다.

여기서 버스를 타면 서울로 대전으로 공주로 아니 전국으로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답니다.

 

사람이 살아온 발자취를 인생길이라 하지요.

물론 지도에는 없는 길이지만 우리의 기억과 추억 속에 무수히 많은 길들이 있을 겁니다.

평탄한 삶을 살았다면 덜 복잡한 길일 테고요.

고단한 삶을 살았다면 그 사람의 인생길은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길이 되어있을 겁니다.

저역시도 순탄치 많은 사람의 길을 지나왔다고 생각됩니다.

 

오죽하면 군인의 길은 항상 비포장 도로라고 했을까요.

운전해보면 포장된 길과 태고적의 비포장길을 비교해보면 답이 있습니다.

원하지 않은 길 억지로 끌려간 길이 바로 군인의 길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원했으며 내가 좋아서 떠난 산행길과 비교도 되지 않을 겁니다.

두길 모두 힘들어도 느낌은 정반대이니까요?

 

연인들이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은 낭만적이었지만 내가 등짐을 지고 땀을 흘리며 걸었다면 힘든 길입니다.

수많은 사연이 오고 갔던 길 우리 선조님이 걸으셨던 길 크고 작은 동물들도 함께 걸었던 길 이제는 탄탄대로가 되어 길이라기보다는 도로가 되어버렸습니다.

꿈과 낭만이 함께 했던 행복과 아픔도 함께 걸었던 그 길을 다시 힘차게 걸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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