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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혀~ [80]

현덕1 2020. 12. 18. 20:21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블로그입니다.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충청도식 발음입니다.

개고기 즉 보신탕을 먹느냐하고 묻는 질문입니다.

보신탕을 일반 음식처럼 대놓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요.

요즘은 그나마 보신탕을 안 드시나 봐요.

반려견 천만 시대라나요.

암튼 개고기는 가급적 안 드시는 걸로,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태어나면서 성인이 될 때 까지도 개고기를 안 먹었습니다.

9남매의 6번째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얼마 후에 저보다 6살 많은 누나 한 분이 일찍 돌아가셨답니다. [사인은 급성 식중독 같더라고요]

제가 태어나던 날 조부께서 보신탕을 드셨던 모양입니다.

며느리가 해산을 했는데 하필 그날 개고기를 드셔서 부정을 타서 누나가 죽었다고 모친께서 엄청 슬퍼하셨답니다.

그리고 저는 성장 상태가 아주 불량했다더군요.

아주 늦되어서 일찍 죽을 까 봐 출생신고도 2년이나 미루어서 지금도 호적 나이는 어리답니다.

그러니 모친께서 개고기를 좋아하실 리가 당연 없으셨고요.

 

35살 무렵에 고향인 계룡산 자락으로 피서를 갔습니다.

국립공원이지만 당시에는 [1988년도] 계곡 아무 곳이나 야영이 허용되었습니다.

아마도 12박 13일은 머물렀던 것 같네요.

하루는 선배님이 동넷분들과 함께 피서를 오셨더라고요.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며 술 한잔을 따라주네요.

얼결에 받아 마셨는데 갑자기 들통의 뚜껑을 열고 고기를 한참 [큰 것으로] 입으로 넣어 주네요.

 

입안에서 갑자기 처음 먹어보는 고기 맛이 나더군요.

아 차차 이것은 개고기로구나 하면서 난감해지네요.

삼킬 수도 없고 보는데서 뱉어 버릴 수도 없고 손사래로 더 이상은 싫다고 하면서 바위 뒤로 돌아가서 뱉어버렸습니다.

계곡물로 입안을 헹구고 다시 선배한테 갔습니다.

오해하실까 봐서 다른 이야기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초등 동창회에 나갔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계룡산 자락의 대규모 식당인데 이상하게도 식당마다 메뉴는 보신탕이네요..

처음에는 10명 20명이 모였는데 거의가 보신탕만 찾더라고요.

저는 할 수 없이 삼계탕이나 산채비빔밥으로 먹었고요.

5년 정도 지나서 조금 작은 식당에서 모였습니다.

30명 정도 모였는데 모두가 보신탕이고 저 혼자만 삼계탕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삼계탕이 익지도 않아서 핏물이 줄줄 흘러내리더라고요.

서빙하는 분에게 이야기하니 다시 갖고 주방으로 들어가네요.

한참 후에 다시 갖고 왔는데 김만 모락 모락나고 그대로 들고 왔더라고요.

결국 먹지도 못하고 점심을 굶었습니다.

 

그래서 충무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회비는 받고 밥도 굶기고 내년부터 불참하겠노라고요.

다음 해에 초청장이 왔는데 이번에는 보신탕은 없고 모두가 삼계탕으로 먹는다고 너 안 오면 안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참석했는데....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맞아 죽을 뻔하고요.

다른 친구들이 동창회에 보신탕이 없으면 99%가 불참한다네요.

그래서 총무가 이유를 설명하는데 이게 모두 제 탓으로만 돌리네요.

사실 맞는 말이지요.

 

일 년 후 고민 고민 끝에 제가 보신탕을 먹기로 했습니다.

저 하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편안해지거든요.

그런데 반전이 생기더라고요.

여자 동창생들이 많이 참석하니 보신탕을 안 먹는다 하여 반반씩 준비하네요.

그리해서 다시 삼계탕으로 돌아섰습니다.

시골살이하기 전에는 여름철에 회식이나 단체로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보신탕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안 먹게 되네요.

 

영양학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주머니가 넉넉하니 그 시간에 쇠고기 먹으렵니다.

먹는 음식은 모두 같은 성격일 겁니다.

닭이나 소, 돼지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개~ 혀~ 하지 않습니다.

아니 개~ 못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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