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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아무개 검사입니다.[6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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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아무개 검사입니다.[65]

현덕1 2020. 10. 20. 20:27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5년 가을 어느 날 아니 토요일날 오후입니다.

조카 결혼식을 마치고 아파트 현관 막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유선전화입니다.

당시 발신 번호가 찍히는 전화기인데 약간 흐릿하게 보입니다.

넥타이도 풀기 전이라 대충 훑어보니 016123456 이런 식이라서 아하 누가 016으로 전화 걸었나 보게 하고 별생각 없이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011,016,017,019등 다양했습니다.

 

나~ 여보세요.

저쪽~ 네 안녕하십니까 검찰청 아무개 검사입니다.

몇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나~ 무엇을 확인하나요?

저쪽~ 얼마전에 카드 사용하셨는데 범죄 집단에 연루되어 몇 가지 확인하려 하니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나~ 카드 사용한적 없는데요. 생각해보니 아들이 무엇인가 인터넷으로 구입한다고 해서 카드를 빌려준 생각이 나네요.

예 사용했습니다.

저쪽~ 야 김 검사 카드 사용 내역 좀 확인해보라.

잠시 후 키 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고 무전기 소리도 들리고 시끌벅적하네요.

저쪽~ 신원 확인을 해야 하니 주민 번호를 불러달라 하네요.

 

잠깐 불현듯 생각이 스칩니다.

며칠 전에 뉴스에서 보았던 그거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검찰이 나를 알고 전화했다면 내 주민 번호를 알고 있을 텐데 이상하다.

 

그 당시에 보이스 피싱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았지만 지금처럼 단단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전화가 올 줄도 상상도 못 했고요.

그런데 말투가 약간 이상하게 들리더군요.

그것이 조선족 사투리 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다시 저쪽에서 다그칩니다.

주민번호 불러 달라고 다그치네요.

그냥 안된다고 말했더니 그러면 이틀 안에 중장 지검으로 직접 출두해서 해결하라고 협박을 하네요.

에라 잇~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잠시 적막감이 맴돌다가 이것 진짜 검찰이면 골치 아픈데 언제 서울에 중앙지검을 찾아가서 해결을 어떻게 한담...

고민하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립니다.

이때 발신 번호만 확인했도 간단한 일을 급한 마음에 그냥 받았습니다.

 

저쪽~ 저는 검찰청 부장검사입니다,

지금 협조하시면 간단합니다.

출두하지 않으시면 관할 경찰서에서 집으로 찾아갈 겁니다.

확 겁을 주니 얼떨결에 주민 번호를 불러주었습니다.

전화기에서는 키보드 소리, 무전기 소리, 여기저기 통화는 소리. 무슨 검사, 아무개 검사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주민 번호를 확인하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다시 조서를 작성해야 하니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을 해야 한다고 겁을 주네요.

그러면서 담당 검사를 바꿔주네요.

 

저쪽~ 예 우선 감사드리고요.

은행 계좌 번호부터 불러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검찰이라 해도 내 계좌 번호를 안되지 못 불러주지...

나~ 여보세요.

아니 검찰이라면서요.

그러면 검찰에서 한번 조회하면  내 신상을 전부 정확하게 알 텐데 왜 물어요?

잠깐 망설이는듯하더니...

어이 아무개 검사 이리 와라 이 사람이 비협조적이다.

검찰 법대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 하면서 본격적인 협박을 시작합니다.

 

순간 아무리 검찰이라도 계좌 번호는 안되고 그 뭐냐 피싱인가 보네.

나도 말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주민 번호는 이미 알려줬기에 장난을 시작합니다.

거의 한 시간 정도 알려줄 듯하면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저쪽 검사가 갑자기 욕을 하네요.

그래서 더 정신없이 떠들었습니다.

어 통화가 끊어졌네....

 

5분 후에 물 한잔 마시고 안 되겠다 싶어 경찰서로 전화를 했습니다.

경찰서 담당자가 이렇게 말하네요.

아~ 이 아저씨 5번째이시네요.

빨리 금감원에 전화해서 모든 통장 지급 정지 신청부 터하라고 합니다.

토요일 오후 시간대라 중국에서 경기 평택 지역에 수십 통의 이런 전화가 집중되었다고 합니다.

 

급하게 금감원에 전화해서 주민 번호만 불러 줬는데 어찌해야 하나요.

지금 지급 정지하셔야 합니다.

저 사람들이 통장을 개설 여지가 있다고 하네요.

모두 지급 정지하고 옷 갈아입고 정신 차리고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급하게 컴에 접속해서 검색하니 100% 조선족 보이스 피싱 사기범들이네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며칠 후 아무 생각 없이 카드 결제하려 하니 안된다고 합니다.

아뿔싸 지급 정지해서 그렇구나...

내 카드 내가 사용하는데 왜 안되지 이상하다.

카드뿐만 아니고 모든 금융 문제는 아무것도 안되더군요.

어느 날 회사에서 보증보험 갱신해야 한다면서 보험회사에 다녀오라고 합니다.

여기서 또 막히네요.

다음날에 해결합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후에 어디선가 또 안됩니다.

거의 5년 걸려서 모든 정지 상태가 소멸되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야 밥이나 먹고 하냐.

김 검사 수고한다 거기 연변이냐 북경이냐 하고 물어볼 텐데요.

정확한 한국말이면 야 거기 마닐라지 거기 망고가 엄청 맛있는데.

내 계좌 번호는 필리핀에서 안될 건데 하면서 농담하고 끊을 텐데.

 

진화하는 피싱 사기 많이 발전하네요.

모두가 조심합시다.

전화로 오는 금융 문제는 1도 없습니다.

무조건 의심부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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