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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경천 장터의 동동 구르무(1). [64]

현덕1 2020. 10. 16. 21:11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7년 전 이야기 같습니다.

저 10살때 정도이네요.

우리 고향의 장날은 2,7일 날입니다.

충청도 공주군 계룡면 경천리 소재한 경천 장날입니다.

장마당이 얼마나 넓고 큰지 한참을 돌아봐야 합니다.

장터로 들어오는 동네의 입구는 하마루에서 들어오는 길목은 경천 중학교 정문 앞길이며 이 길은 황새울과 구비안에서 오는 길목과 만나게 됩니다.

다시 양화리에서 들어오는 돌징이 골목길이 있었고요.

우리 동네 입구는 논산군 연산면 지역에서 들어오는 달은[다롱] 고갯길 입구입니다.

그 아래로 용머리,등정골에서 경천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이 있었지요.

상보안에서 들어오는 길목까지 합하면 6개의 진출입로가 되네요.

 

사계절 내내 장마당은 시끌벅적했습니다.

장날이 일요일이면 더 좋았고요.

학교에 가지 않고 장마당으로 아침부터 달려갔으니까요?

너무 일찍 가면 구경거리가 별로인데...

대장간이 2곳이었는데 불가마 풍구질 하는 모습부터 구경합니다.

그 옆으로는 가축 시장이 소와 돼지 염소, 닭, 개등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친구 아버지께서 소 중개인이셨는데 체구가 작지만 아주 목소리는 당차셨습니다.

소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힘차게 내리치며 가격을 말합니다.

다시 돌아서 북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향합니다.

장터의 한적한 곳에는 약장수가 원숭이 쇼를 시작하려 합니다.

충청도 산골에서 원숭이를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하였습니다.

근데요, 약장수들은 사람만 모이면 쇼를 멈추고 약만 팔려고 해서 자리를 이동합니다.

 

다시 풍악소리가 나는 곳으로 갑니다.

입에는 하모니카를 불고 양발로는 등에 맨 북을 둥둥 치면서 아주 끝내줍니다.

그런데 그 앞에는 둥그런 모양의 작은 병 같기도 하고 무슨 통 같기도 한 것을 팔고 있네요.

근데 주변에는 여자분들만 계시네요.

가끔 음악을 멈추고 뭐라고 합니다.

동동구르무가 왔다고 싸게 판다고 합니다.

구르무가 뭔지 몰라도 북치는 아저씨 노랫소리와 하모니카 소리 그리고 북소리가 그렇게 흥겹게 들립니다.

구르무는 크림의 일본식 발음이라고도하며 크림 발음을 우리식으로 편하게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중가요 노래 제목이기도 하구요.

가사에는 그시절 여인네들의 고달프고 힘든 사연이 담겨있네요.

지금도 화장품 이름으로 무슨 크림 무슨 크림으로 사용하고있습니다.

그 옆에는 박가분이라는 밀가루 같은 것을 담은 통을 팔고 있습니다.

 

노랫가사 처럼 울어머니가 직접 구입해서 바르는것을 본 기억이 없네요.

온동네가 고왔는지 어땠는지도 어린 나이라서 잘 모르겠네요.

요즘 처럼 예쁘게 포장하지도 않았으며 둥그렇고 작은 사기 그릇같은 통인데 냄새는 향긋했던것같습니다.

당시의 어머니나 아가씨들이 좋아하던 유일한 화장품이였을겁니다. 

경천 장마당이 워낙 넓고 커서 온갖 물품들이 여기 저기에 쌓아놓고 팔던 모습은 생생합니다.

 

 

다시 싸전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바닥에 둥근 멍석을 깔아놓고 그 위에는 하얀 쌀이 가득합니다.

말 강구 아저씨가 뭐라고 소리 지르네요.

여기서 잠깐~ 말 강구는...

장마당의 싸전에서 말을 들고 다니면서 계량을 해주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도의 기술로 곡식의 양을 움직인다.

지금처럼 저울이나 말의 계량이 확실하지 않을 때라서 말 강구 됫강구가 존재했다.

이들은 사들이는 말과 곡식을 담아 파는 말을 다르게 사용한다.

여기서의 차익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말 강구나 고추 장수는 어차피 지금도 저울 도둑놈으로 불린다.

 

점심때 가까워지면 국밥집의 냄새가 사람을 잡는다.

어린 나이에 돈이 어디 있는가?

누가 나에게 국밥을 사주겠는가?

냄새만 실컷 맡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집이 장터 하고 가까운 게 문제다.

잠깐 집에 가서 보리밥에 고추장으로 비벼먹고 다시 장마당으로 돌아온다.

 

건어물 파는 곳에 이르면 멸치 냄새가 향긋하다.

어른들은 흥정하면서 멸치 몇 마리를 먹기도 하지만 어린 우리에게는 어림없다.

이럴 때는 친구들 몇 명이 작전을 짠다.

우선 두세 명이 구경하는 척하면 마른 멸치를 그것도 가급적이면 큰 놈을 두 주먹으로 움켜쥐고 다른 방향으로 달아난다.

멸치 파는 할아버지가 일어서기도 전에 10m 이상 달아나야 한다.

잠시 후 누구네 집 앞의 골목길에 모여서 훔쳐온 멸치를 똥을 빼고 실컷 까먹는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오후에는 약장수의 쇼가 물이 오른다.

어른들의 정력제 판매가 끝나면 아이들 회충약을 팔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슨 약 무슨 약하면서 잘도 떠든다.

그 뱀 대가리가 두 개 달렸다는 쌍두사는 지금까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자룻속에서 움직이며 소리만 났지만 말입니다.

겨울철에는 엿장수의 목판에서 엿치기가 한창이다.

대포 한잔 거하게 걸치신 어른들이 엿가락을 들고 하늘을 보며 소리 지른다.

이야~ 하면서 반으로 자르며 입으로 크게 바람을 일으킨다.

구멍이 넓어지라는 이유에서다.

한쪽 아저씨가 연거푸 이기면 기분이 좋아서 그 엿을 옆에 서있는 사람에게 준다.

그때 줄을 잘 서면 공짜 엿을 기분 좋게 얻어먹을 수가 있다.

 

해거름에는 여기저기서 술 취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장마당에서 갈라지는 길목마다 틀림없이 싸움이 일어난다.

대부분이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지만 가끔은 좋은 구경거리를 볼 수가 있다.

국사봉 아래 상투를 틀고 장에 온 사람들이 인상적이다.

어른 아이 없이 모두가 흰색의 한복에 상투를 틀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축 시장은 오래전에 파장이 있었고 싸전에도 사람들이 없다.

동동 구르무 장수의 음악소리도 이제 조용해지고 약장수들도 짐을 꾸리고 있다.

나도 얼른 집에 가야 한다.

늦으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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