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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조금만 숙이면...[2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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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조금만 숙이면...[27]

현덕1 2020. 7. 3. 20:36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전통 한옥이나 우리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초가집 오두막집의 출입문은 아주 작았답니다.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니.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냥 고개를 조금 숙이고 살라는 뜻일지도 모르지요.

 

머리를 자주 부딪히는 일은 키가 큰 사람만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키가 작은 사람이 부주의해서 더 자주 부딪히는지도 모릅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고개를 자주 숙여서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되면 이제는 되레 목이 뻣뻣해지기도 합니다.

힘이 달릴 때는 고개를 숙이며 아부하다가 힘이 세지면 절대로 고개는 숙여지지 않을 겁니다.

 

악수의 시작은 로마시대 검투사들의 행동에서부터 시작되었는 설도 있습니다.

일단 상대방의 오른손을 꼭 잡았으니 서로 공격 의사가 없고 선제공격을 당한 일이 없다는 뜻이지요.

우리가 설에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 세배를 드리는 일도 상대[어르신]에게 최대의 존경심을 표현하는 일이랍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드리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맹사성의 일화 중에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답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스무 살의 나이에 파주 군수 자리에 오른 그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작은 암자를 찾아간 그는 주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저에게 좋은 말씀하나 만 해주실 수 있는지요?

그러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좋은 일만 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맹사성이 먼길을 달려온 저에게 고작 삼척동자도 다아는 그런 말 밖에 없습니까?

화를 내면서 돌아서는 그를 잡아 세우며 차나 한잔 하시라고 붙잡았습니다.

둘이 마주 앉아 스님이 차를 따르는데 찻잔에 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데도 스님은 계속 물을 따랐습니다.

아니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데도 왜 계속 따르는 것입니까?

찻물이 넘쳐 방바닥이 젖는 것을 아시는 분이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을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다 고개를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한 말씀하십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일이 없답니다.

 

유럽의 전설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나그네가 알프스산에서 길을 잃고 며칠을 헤매다가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 찾아갑니다.

이젠 살았구나 하면서 안도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모두가 하나같이 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들만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밥을 얻어먹고 그곳에서 몇 달을 머물렀답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앞이 보이지 않아서 차분하며 급한일이 전혀 없이 아주 평화로운 일상이었답니다.

 

문제는 앞이 잘 보이는 이 나그네였습니다.

문지방에 머리가 부딪히는 사람도 나그네 길 옆의 담벼락을 무너뜨리는 사람도 이 사람뿐이었답니다.

결국 마을의 평화를 깨트리는 사람은 앞이 잘 보이는 나그네가 문제였답니다.

어느 날 밤에 마을 원로 회의가 열려서 열띤 토론이 있었는데.

회의 내용은 저 사람을 이대로 두면 더 많은 말썽을 일으키니 저 사람의 눈을 멀게 하자는 내용이었답니다.

이 말을 들은 나그네는 그 마을을 도망쳐 나왔답니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이지요.

어찌 벼뿐이겠습니까?

모든 열매 맺는 씨앗은 고개를 숙이지요.

이것은 아주 평범한 진리이며 자연의 순리이지요.

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 반대의 현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각설이 타령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부자들은 배를 내밀다가 뒤로 넘어지면 뒤통수가 깨지고.

가난하고 없는 자는 배가 들어가니 허리를 숙이다가 앞으로 넘어지면 코가 깨진다는...

사실 평생을 블루 칼라로 살아온 저 자신도 배가 조금만 들어가면 허리가 구부러집니다.

허리는 조심하지만 고개는 자주 숙이게 됩니다.

 

시관 학교를 졸업하고 임관식을 마친 장교가 부대에 배치되었습니다.

초급 장교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선임 장교에게 물었습니다.

병사들이 인사를 확실하게 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쁘다고요.

선임장교가 하는 말이 그 많은 인사를 [거수경례] 모두 받는 일도 피곤한 일이라네.

고개를 숙이는 일은 사회 고위층[정치가, 권력가, 재벌 회장]부터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조폭의 형님들만도 못합니다.

주먹세계의 의리와 인사성은 세계 최고일 겁니다.

 

팔뚝에 완장 하나만 차면은 고개는 뻣뻣해지고 자기 아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오늘의 세상입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이 배를 뒤집어엎을 수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현실 세상입니다.

자신이 잘나서 그 위치에 있는 줄 아는 정신줄 놓은 현실 세상입니다.

국민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면 최고인 줄 아는 영혼 가출한 불쌍한 현실 세상입니다.

TV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자주 보여서 자기가 연예인으로 착각하는 정신 나간 현실 세상입니다.

 

뉴스의 첫 화면에 수갑을 차고 자주 등장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손자가 소리를 지릅니다.

얏호 할아버지 텔레비전에 나왔다 하고요.

철부지 손주는 다음날에 동네에 나가서 할아버지가 TV에 나왔다고 자랑하고 다닌답니다.

아주 훌륭한 할아버지이십니다.

이 할아버지가 지난날 완장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이것이 고개를 숙이지 않아서 생긴 오늘의 현실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제 고개를 조금만 숙여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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