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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면 경천리의 꽃(15) [19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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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면 경천리의 꽃(15) [196]

현덕1 2023. 1. 27. 11:24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T스토리입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 고향 계룡면 경천리는 계룡산 아랫마을입니다.

정확하게는 신원사 절 주위로는 양화리와 하대리, 중장리, 상도리가 바로 아랫마을이지요.

경천은 쇠산과 치국산 그리고 괘등산이 중간에 길게 걸쳐있습니다.

전후 어린 시절 솔직히 배고프게 살아온 그때의 경천리 꽃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동향분들이 이글을 읽는다면 같은 느낌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리고 저는 17세에 고향을 떠났으니 그날까지이고요.

저보다 연상이시거나  1971년도 이후까지 남아있었다면 조금은 다를 수 있겠네요.

본인의 기억에만 의존한 글이며 71년 4월 3일에 멈추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괘등산 산자락 아래 외딴집에서 자랐으니 새봄의 첫 꽃이라면 진달래와 할미꽃이었을 겁니다.

늘띠 고개 넘어 불어오던 겨울 찬바람이 누그러지면 뒷동산 양지바른 산소의 제절에는 땅의 기운으로 수줍은 꽃망울이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네요.

산소 가는 길옆에는 수줍은 연분홍의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기는 하는데 지난겨울에 나무하는 아저씨가 모르고 지나갔으면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았으면 잘려나갔을 겁니다.

그러면 꽃구경은 힘들었을 테니까요?

얼마 후에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꽃인 철쭉들이 피어납니다.

진달래는 잎보다 먼저 피우지만 철쭉꽃은 푸른 잎들과 함께 피어납니다.

우리 동네 산에는 산벚꽃 나무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있다 해도 수종이 키가 커서 나무꾼 아저씨들이 모두 잘라갔으니까요?

 

우리는 싸리나무꽃이라고 부르던 조팝나무의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났습니다.

산 아래 밭둑이나 비탈면에 하얗게 피어납니다.

작은 좁쌀을 튀겨놓은 모습이라 그렇게 부른답니다.

 

고목나무인 감나무도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우리 집에는 한아름이 넘는 감나무가 4그루가 있었습니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 얼었던 땅이 녹으면 선친께서 감나무 둘레에 구덩이를 파고 겨우내 쌓인 인분을 채웁니다.

며칠 지나 물기가 빠지면 다시 흙을 채워줍니다.

그래야 월하감, 둥시감 크게 달립니다.

물론 그 감들은 침을 놓아 떫은 물을 뺀 후 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봄철에 감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모두 주어서 소쿠리나 장독 뚜껑에 말리면 떫은맛이 사라지고 달짝지근해집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온 식구들이 간식으로 먹게 됩니다.

사실 감꽃은 멋도 맛도 별로이며 향기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 구황작물처럼 우리들 배고픔을 덜어준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뒤뜰 장독대 옆에는 골담초꽃이 한창입니다.

노랗게 피어나지만 꽃의 생김새는 아까시 꽃 모양을 닮았습니다.

다행히 키 작은 나무라서 골담초의 노란 꽃들은 남김없이 모두 우리들 입으로 들어갔습니다.

꽃술에는 아주 조금 꿀이 들어있습니다.

육안으로 보일정도로요.

정말 맛있게 따 먹었던 기억이 어제일 처럼 생각나네요.

 

겨우내 나무꾼의 낫과 톱을 피한 아그배나무의 하얀 꽃이 피어납니다.

아그배는 우리가 먹는 배와 모양은 흡사하지만 크기는 콩알만 합니다.

하지만 꽃의 크기는 그렇게 작지는 않습니다.

아그배는 아기처럼 작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늦가을이 되면 검은색으로 익어갑니다.

물론 식용으로 모두 먹어치웠답니다.

봄이 시작되면 상보안 과수원에 사과나무도 하얀색의 꽃잔치가 시작되지요.

과수원의 울타리에 높이 달린 아까시 꽃과 함께 꽃향기가 날립니다.

 

들판에 나가보면 크고 작은 논에는 붉은색의 자운영 꽃 들이 피어났습니다.

자운영 풀은 논에 일부러 심어 기른 것입니다.

넓은 논 전체가 붉게 피어나면 꽃 잔치가 시작되지요.

모내기 전에 갈아엎으면 그대로 녹비작물로 비료가 됩니다.

인공비료가 없거나 있어도 가격이 비싸서 자운영을 일부러 많이 심었답니다.

파란색의 잎과 흰색이 섞인 불그레한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서 넓은 초원을 아름답게 물들였습니다.

 

이제는 과수원의 울타리나 언덕배기의 크고 작은 아까시나무들이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이 꽃은 식용이며 꿀을 함유해서 아주 맛이 좋았답니다.

춘궁기에 피어나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전부 사람들 입으로 들어갑니다.

과수원 울타리의 아까시 꽃은 너무 높아 어린 우리는 먹기 힘들었습니다.

다롱고갯길이나 수렝이 넘어가는 산속에 어쩌다 한두 그루 하얗게 피어나면 우리들 몫이 되지요.

아카시아꽃을 채취해서 튀기거나 버무리로 해서 먹었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입에 넣고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여름철 들판이나 둑방은 크로바[토기풀]의 하얀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납니다.

예쁘지 않은 달걀꽃 하얀색으로 피어나는 망초대 냇가의 빈자리나 둑방에서 피어납니다.

찔레꽃 하얗게 [붉게] 피어나는 남쪽 나라 내 고향 경천리.

찔레꽃은 특유의 향기가 진동을 하며 이때 벌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입니다.

꽃 사이로 길게 피어나는 새싹은 우리들의 간식이었지요.

논밭 둑길가에 무리 지어 피어나는 찔레꽃 가을에는 빨간 열매만 남기고 낙엽이 모두 떨어지면 겨우내 새들의 먹이로 남습니다.

추억에 젖어 지금도 가끔 찔레순을 꺾어 먹게 되네요.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우리 집의 화단에는 각종 여름꽃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손톱을 물들이는 봉숭아[울밑에서 봉선화] 그리고 열매가 익으면 새카만 분꽃, 채송화도 피어납니다.

봉숭아꽃을 채취해서 돌 위에 놓고 찌은 후 백반 가루를 섞어서 손톱 위에 올려놓고 나뭇잎으로 감은 후 실로 묶어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매니큐어 보다 예쁘게 물들었답니다.

남자아이였지만 누나들이 해주었습니다.

 

냄새가 독특한 메리골드[금잔화] 우리 동네에서는 서광꽃으로 불렸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하얀색의 양귀비 꽃도 낮밤 안 가리고 피어있었습니다.

삼복더위에 냇가의 물웅덩이로 수영하러 갈 때 지나는 작은 목화밭이 있었습니다.

지금 환갑이 지난 사람들은 목화꽃을 기억하며 꽃의 열매를 주인 몰래 따서 먹었습니다.

약간의 수분이 흘러나오면서 익으면 솜뭉치가 될 열매를 따서 먹으면 쫄깃쫄깃한 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이었지요.

그것도 주인  몰래 훔쳐먹는 맛이었으니까요.

우리 집에서는 당연 목화를 재배하지 않았거든요.

 

초등학교 울타리 아래 코스모스가 피어나면 가을이지요.

추석 즈음해서 여기저기서 우리들을 반기며 피어납니다.

봄꽃은 남녘 바람을 타고 북으로 올라가지만 가을꽃들은 그 반대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며 피어난답니다.

아침저녁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국화꽃의 향연이 시작되지요.

집안에서 피어나면 국화꽃이고요.

그 외에 피어나면 들국화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명칭으로 들국화는 없고요.

산국,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등이 대표적일 겁니다.

바닷가에서 피어나는 들국화는 해국이 있습니다.

그 외에 수많은 종류의 가을꽃들이 피어나지요 들국화라는 이름으로요.

 

찬바람이 늘띠 고개를 넘어 불어오기 시작하면 계룡산 상봉 부근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며칠 후에는 광암[고왕암] 절까지 그리고 이내 신원사 경내까지 울긋불긋 물들어갑니다.

그야말로 단풍꽃이 피어나는 것입니다.

가을 추수 마치고 지붕에 이엉을 올리면 이내 하얀 눈꽃 세상이 만들어지네요.

사계절 꽃들이 피어나는 내 고향 경천리의 옛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하면 집집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가난했지만 웃음소리 역시 많이 들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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