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괴산청천벌초대행 괴산벌초대행
- ㅡ
- `
- ㅣ
- 괴산제초작업
- 벌초대행
- T
- M
- d
- 다음
- 청천벌초대행
- 공주군 계룡면 경천리.경천중학교.경천저수지.
- 제초.
- ㄱ
- 괴산제초대행
- 동
- 괴산벌초대행
- 농장 공장제초작업
- 야
- 괴산청천벌초대행.괴산제초대행
- 벌초
- L
- 괴산청천벌초대행
- 청천벌초대행.
- 괴산벌초대행.
- 괴산청천제초대행
- 괴산청천벌대행
- 청천면지경리 지경리 아랫지경 깃골 주막거리
- 공주시 계룡면 경천리.경천리.성밑마을.
- 충북괴산벌초대행
- Today
- Total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동상 이야기 [162] 본문
최인태의 세상이야기 블로그입니다.
찾아 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웃픈 이야기입니다.
인생의 젊은 날에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는 겨울철 산행의 일화입니다.
2003년 1월5일 그해 겨울 가장 추운 날일 겁니다.
우리는 겨울 산행의 진수를 느끼려 강원 평창의 계방산을 찾아 올랐습니다.
계방산은 운두령 고개에서 능선을 타고 정상을 지나 이승복 생가지를 경유하는 코스입니다.
운두령 고갯길은 해발 고도가 1086m입니다.
이곳에서 동쪽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오르게 됩니다.
이날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 내외로 예보되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기상대의 백엽상 온도이고요.
찬바람 불어오는 강원도 고산의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 를 예상하였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던 것이지요.
당시 저희 산악회는 회원제가 아닌 일반 등산객들과 함께 하는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처음 겨울철 산행하시는 분도 계실 테고 준비가 부족한 회원도 계실 것을 예상하여 운영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회장으로 맨 후미를 담당하였으며 선두는 등반 대장이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무전기의 송수신 상태가 수시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선두와 후미의 거리보다 산모퉁이를 돌아가거나 계곡 깊이 들어갈 경우에는 송수신이 불가능해지더군요.
혹한기 고산 등반의 경우는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등산로 이탈의 경우는 동사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거든요.
운두령을 출발하여 20분 정도 진행하니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네요.
찬바람을 막기 위해 바라클라바와 귀마개까지 착용하였는데 무전기의 수신이 불량하여 귀마개를 벗으니 잘 들리더군요.
방한복의 성능이 너무 좋아서 체감 온도를 잊고 바라클라바까지 벗은 후 얼굴과 머리 전체를 약 5분 정도 노출하였습니다.
찬바람이 너무 강해서 곧바로 귀마개를 착용하고 불편한 대로 산행을 마쳤습니다.
후미팀으로 하산 지점에 도착하니 작은 비닐하우스를 임대하여 따끈하게 칼국수를 준비해놓았네요.
이제 안심도 되고 하우스 내부는 따듯하여 모자를 전부 벗고 식사 중인데 지나가던 여성 회원이 회장님 귀가 왜 그래요.
하고 묻네요.
엉겁결에 왼쪽 귀를 만져보니 엄청나게 부풀어 올랐네요.
순간 냉동 상태로 동상에 걸린 것이더군요.
구경하는 사람들이 몰려올 것 같아 다시 모자로 귀를 덮어버리고 식사를 마치었습니다.
버스 내부는 히터가 작동하여 온도가 상승하니 귀가 근질근질해오더군요.
간신히 참고 집에 도착하여 샤워 중에 실수로 물집이 터져버렸네요.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가야 지하면서 잠자리에 누웠는데 귀에서 진물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끝이 없네요.
밤새 타월 2장을 흠뻑 적셨네요.
아침 식사 마치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접수할 때 증상을 묻길래 동상에 걸렸다 하니 믿질 않네요.
의사와 마주 앉았는데 증상을 보더니 한숨을 쉬네요.
요즘 동상 환자가 없어서 약도 없답니다.
병은 달라도 증상이 비슷하여 화상 약으로 처방하고 치료한다면서 양해를 구하네요.
문제는 일주일간 입원하랍니다.
아니 귀에 동상 걸렸다고 입원을...
의사 선생님 설명이 집과 병원을 오가면 치료가 오래 걸리고 자신들도 동상 환자 치료는 언제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답니다.
5층의 6인실에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무슨 병으로 왜 왔느냐고 묻는데...
모두가 처음 들어보는 병이라면서 구경을 다녀가네요.
문병 오신 분들도 구경하시고 창피하기도 안창피하 기도 하네요.
얼마 후 병원의 간호사 여러 명이 동시에 저를 찾아와서 하는 말이 병원장께서 너희들은 아마도 생전 처음 보는 환자가 있으니 가서 보고 오라 했답니다.
이거 참 내가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무슨 구경거리도 아닐진대요.
귀에 붙여 놓은 반창고까지 떼어가면서 구경을 하네요.
갑자기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모르모트가 생각납니다.
다음날에는 젊은 의사들이 다녀가고요.
병실 안의 모든 사람들도 희한한 환자 보듯 하고요.
치료는 수액 한 병 맞고 소독 마치고 화상연고 바르면 끝입니다.
이걸 하자고 입원을 하고 구경거리가 되고 인생 참 오래 살고 볼일이다.
히말라야 등반대원들의 심각한 부상 중에 손가락과 발가락을 절단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체감 온도 영하 30도 정도에 노출된 피부는 급속 냉동으로 괴사가 진행되는 것이고요.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잘라내야 하는데...
다행히도 다음 해 겨울에는 아무런 일이 없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해마다 겨울이면 고생할 거라 했거든요.
토요일 오전에 강제로 퇴원했습니다...
왜냐고요?
오늘은 친목계원들과 함께 남해안 1박 2일간의 일주 여행을 가야 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귀에는 탈지면과 대형 반창고는 붙여야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손발에 약하게 얼음 박힌다는 동상은 경험했지만요.
혹한의 계절에 고산 등반으로 예기치 않게 얻은 동상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걱정 공화국 2편 [164] (0) | 2022.06.15 |
---|---|
당신에게 양심이란? [163] (0) | 2022.06.09 |
고향 무정 [161] (0) | 2022.05.25 |
빙하가 사라진다고 걱정마라 [160] (0) | 2022.05.03 |
그 시절 경천리 스피커 방송(13) [159] (0) | 2022.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