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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개조되다.[87]

현덕1 2021. 1. 18. 21:16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본인의 혈액형은 A형이다.

어려서부터 숫기 없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내성적인 성격까지 더해지니 별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었다.

가방끈도 짧으니 어딜 가나 꿔다 놓은 보리 짝이었다.

거기에 장기바둑은 물론 당구장이나 볼링장은 아예 구경도 못해보았다.

화투장 만지기를 싫어하여 고스톱 같은 노름도 별로이고 카드 역시 맹물이다.

골프장은 멀리서만 보았고 오락실이나 노래방도 죽어라 가기 싫다.

 

술 담배 역시 전혀이며 주색잡기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노름판 뒷전에서 구경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했던가?

남이 돈 셀 때 옆에 앉아서 괜히 같이 세는 놈도 낳지 말라했단다.

내가 그중에 한 사람이었으니 아주 불쌍하다 하겠다.

 

머릿속에 든 게 없으니 당연 입으로 나 올말도 없으렷다.

어려서부터 헌 신문지나 낡은 책을 보면 항상 손에 들고 읽어나갔다.

군 제대 후 25살 나이에 하늘을 올려보며 한탄을 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어느 날 신문의 칼럼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대만인인가 홍콩 사람인가 젊은 나이에 책을 3만 권을 독파했다는...

꼭 대학을 나와야 유식한 것은 아니겠지 책을 많이 읽으면 머릿속이 채워질 거야.

일간 신문도 구독하였다.

 

서점으로 달려갔으나 선뜻 눈에 띄는 책이 없었다.

아는 게 없으니 어떠한 책을 읽을 것인지 당연 모를 수밖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이 뿌리 깊은 나무였다.

월 간호인데 몇 달 읽다 보니 폐간되어 더 이상 출간되지 않았다.

이유는 책의 내용이 불순하다 하여 신군부가 1980년에 강제 폐간시켰다.

 

다시 고른 책이 월간 샘터였다.

하지만 몇 번 읽어보았지만 책의 내용이 내 머릿속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다시 고른 책이 같은 크기의 월간 리더스 다이제스트였다.

1979년부터 2005년까지 한 권도 빠짐없이 탐독하였다.

약 300권이 되었다.

한 페이지도 남김없이 읽었다.

2002년부터는 월간 산이라는 산악잡지도 정기 구독하였다. [5년간]

 

그리고 39살 되던 해 한참을 고민했다.

며칠 후면 40인데 이대로 늙어다면 너무도 억울할 것 같았다.

무엇이든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날 TV를 시청하는데 서울의 어느 정년퇴직하신 분의 산행 모습을 보았다.

그냥 등산이 아니고 모두 기록하며 자연에서 배움을 얻었으며 젊은 날에 이루지 못한 열정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아하 그렇다 나도 해보자.

크게 투자할 것도 딱히 배울 것도 없이 산에 오르고 내려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진리였다.

 

처음에는 누구와 어울릴 수 없어 홀로 다녔다.

그런데 마주 오던 사람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수고하십니다...

누구지 나를 아는 사람인가 아님 내 뒤에 누가 또 있나 하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분명 나한테 인사를 한 것인데 내가 모른척했으니 큰 결례를 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인사가 나의 폐부를 뚫고 들어와 울림을 주었다.

 

며칠 후 다시 산행길에 나서며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해야지 맘을 굳게 다졌지만 막상 사람이 오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자책을 하면서 용기 내어 다시 도전했다.

저 앞에 마침 한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이 보일 때 반갑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넸다.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답례를 한다.

이제 용기를 얻었다.

그런데 어느 분은 어제의 나처럼 모른 체 그냥 지나가기도 했다.

 

산모퉁이 돌아가니 몇 분이 휴식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인사가 오가고 몇 가지 묻기도 하고 질문도 받았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대화에 나 자신도 놀랐다.

어느 해 늦은 가을날 충남 용봉산에 올랐다.

한참을 올라 넓은 바위에 올랐는데 아주머니 10분과 남자 2명이 앉아서 쉬고 계신다.

12인승 봉고차를 타고 서울에 오셨단다.

 

바로 옆에 앉아 물을 마시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커피를 한잔 마시려느냐고 묻길래 달라했다.

그때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농담으로 커피 한잔에 만원이란다.

순간 기분이 묘해진다.

진짜로 돈을 줘야 하나 낯선 사람에게 이런 걸 받아 마셔도 되나 순간 갈등을 하면서 한마디 했다.

예 만원이 뭡니까 백만 원 드리겠습니다,ㅎㅎㅎㅎㅎㅎ.

저는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잘 먹겠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랬더니 아주머니들이 박수를 치며 그 아저씨 배짱 한번 마음에 든다나 어쩐다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산행 정보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아주 얻은 것이 많은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그 후로는 넘 말이 많아져서 걱정이 되었다.

지식이 넘쳐나는 것도 아닐 것인데.

말의 표현법과 내용의 전달이 간단하면서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되어있었다.

어느 해부터인가 아내의 잔소리를 감내해야만 했으니...

당신 말이 너무 많아요, 듣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혼자만 그렇게 떠들면 누가 좋아해요.

어느 순간에 나 자신이 너무 정신없는 사람으로 변해있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의 물이 항상 흘러넘치는 격이니 행복한 고민이며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 짧은 학식이니 스스로가 조심해야 할 것이다.

식자우환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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