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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중에. [60]

현덕1 2020. 10. 4. 20:44

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블로그입니다.

방문해 주신 무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6 25 전란 중에 집안의 아저씨뻘 되는 사람이 전국을 떠돌다 목포 근처의 어느 작은 농촌 마을에 박아무개 씨네 집에 머슴으로 눌러앉았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착실하고 일도 아주 잘하고 해서 근본은 모르지만 집안의 딸을 배필로 주었다.

머슴들은 새경만 잘받아도 좋은 일인데 그 집의 사위가 되었으니 땡잡은 일이다.

장인어른의 배려로 작은 집도 물려받고 아들딸 6남매를 낳아 길렀다.

아마도 큰 아들이 나하고 갑장인데 생일이 며칠 빠르다고 굳세게 형님 노릇한다.

이 사람 결혼식 한다고 목포의 어느 예식장까지 찾아가서 축하를 해주었다. [1980년 12월 중에]

 

세월이 흘러 1990년 봄에 집안의 족보[대동보]를 다시 낸다고 각자의 이름과 생년월 일등을 모두 적어서 내는 일 있었다.

당시 경오년[庚午年]이어서 대동보를 경오보라 칭했다.

그런데 이 보다 30년 앞선 1960년대 발간된 대동보에는 목포 아저씨가 연락이 안 되어 누락되어있었다.

이분이 돌아가시면서 장남에게 당부를 한모 양이다.

충청도 공주 근처 어디를 찾아가 내 이름을 말하고 사연을 말하면 알아들을 것이다라고요.

장남이라는 사람이 20대 중반의 나이에 아버지의 유언대로 찾아왔다.

선친은 잃어버린 동생을 찾았다고 기뻐하며 반갑게 맞아주고 모든 편의 제공해주셨다.

그 핏줄을 찾았으니 모두가 기뻐하며 대 환영하였으니... [나중에 대환장으로 바뀌었다]

 

1960년에 발행된 대동보를 따라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미 누락이 되어 경오보에 다시 칸을 만들고 제 자리를 찾아 그 자식들 모두의 이름을 애새끼까지 정확하게 인쇄되어 나왔다.

갑장인데 형 노릇하는 이놈이 아버지의 유언대로 모든 소원을 성취하면서 사라졌다.

그놈의 할아버지 산소를 우리가 수십 년간 벌초도 해주었는데 그사이에 이장해갔다.

이제는 더 이상 얻을 게 없으니 단절한 것이다.

지금도 족보책을 펼치면 울화가 치밀어 올라 글씨를 당장에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놈의 외삼촌이 하는 말이 자기 누나가 밑지는 장사를 해서 억울하다고 넋두리를 해댄다.

그놈 장가간다고 부모님 모시고 목포행 완행열차 타고 하루 종일 달려 간 날 저녁 밥상에 술 한잔이 오고 가면서 선친에게 푸념을 해댄다.

그래도 선친께선 모든 것을 다 웃음으로 받아넘기신다.

지금 생각하면 교통비하고 부조금이 아깝다.

 

이리해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50 폐지 셋째 줄에 쓰여있다.

완전 남이 아닌 핏줄끼리 이렇게 야박할 수가 있나 생각할수록 밉다.

이글이 공개된 글이므로 당사자가 읽는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으려나 모르겠다.

바랄 것을 바라야지 나도 속이 좁은 사람인가 보다..............

이제 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셨으니 그렇다 참말로...............

 

서울에서 개인택시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하려나 금년에 67세이니 아마도 아직 20년도 더 할 것 같다.

지금은 자식들 모두 결혼시키고 손주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네 할아버지가 요렇게 살아왔다고 그러니 너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칠 것 같다.

한술 더 떠서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머슴 자식들이 지금은 다 부자로 살아간다.

그것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나는 그 인간 처음에 인사할 때 걸쩍지근하는 마음이 앞서더라고요.

홀로 객지를 떠돌다 돌아오니 선친께서 뭐 이상한 놈을 소개하시며 인사를 나누라 할 때부터 알아봤다.

갑자기 나이가 동갑인데 생일 며칠 빠르다고 아주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지가 형이란다.

그래 형 맞다 맞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디에 살고 있더라도 근본은 버리지 말고 사시요.

그리고 성씨도 함부로 말하지 마시고요.

과일 망신은 모과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집안 망신은 네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 군상이 있는가 보다.

이기적 인간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양심적인 인간과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놈으로.

착한 사람과 악한 인간으로.

내로남불 하는 인간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모든 것이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생긴 일로 치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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