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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대행.

현덕1 2017. 9. 4. 21:25

벌초대행.

현덕

가장 늦게 생겨나고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군 1호 벌초대행이지요.

돈을 받고 남의집 산소에 풀을 깎고 관리 해주는 신종 직업.

다른일과 달리 벌초 작업은 오랜 전통이자 우리의 의무이며 미덕이였지요.

세상이 변했다 해도 아니다 싶지만 가슴 아프게도 이것은 현실이랍니다.


나의 뿌리이며 선조이시며 나를 낳고 길러 주신 조상님들이 잠들어 계신 유택인데 남의 손에 맡길수가 있단 말인가?

열살도 되기전에 아버지 따라 십리길을 걸어 조상님들 산소에 낫으로 벌초했던 기억이 가물 가물하네요.

햇살은 따갑고 더위에 목이 말라도 어른들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시지만 우리는 산아래 계곡물을 마시고...

집안 어른들 만나뵙고 인사 올리고 항렬이 낮아서 어린 꼬마에게도 아저씨라고 불렀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 볼수도 없고 당시의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무심한 세월만 흘러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가니 한심한 생각만이...

지금은 예초기로 작업하니 기계가 없는 사람은 갈퀴하나만 들고 있고 나머지는 그늘에서 감독만하시고.


벌초대행하면 지금도 나이든 사람들은 비관적이거나 부정하려합니다.

제가 괴산에서 벌초대행을 시작한지 올해로 6년차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 자신도 선뜻 나서지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벌초대행의 첫 계기는 이웃 노인분의 부탁으로 잠깐 산소 몇장 벌초 해준것이 전부 였는데.

인터넷에 전화번호 오픈하니 여기 저기서 벌초 신청이 들어오네요.

그동안에 에피소드도 많고 슬픈 사연도 있고 말못할 사연도 많더군요.

내가 못하면 남의 손이라도 빌려서 해야 하는것 아닌가요?

벌초대행에 맡기면 흉이 된다는분들 집을 지을때 왜 건축업자에게 맡기나요.

자가용 차량 고장나도 정비소 찾아 가면 안되지요.

자기 자식들을 왜 학교에 보내나요?

똑같은 원리입니다.

내가 못하는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산소를 묵혀두는 것 보다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상담전화 받다보면 가끔 효자, 효손을 만나게 되더군요.

집안의 몇 안되는 어른들이 돌아가시거나 편찮으시니 자기가 직접 나서는데 산소의 위치도 가물 가물하고 ...

어떤 절차가 있는지 몰라서 애태우는 모습에 많이 도움을 주고 싶지만 남의 집일을 내가 알수도 없는 입장이고.

그래도 효자, 효손들의 기특한 마음이 고마워서 제 힘껏 도와주고 있습니다.


조상님의 덕은 받고 싶고 관리는 귀찮고 힘들어 합니다.

명절에 인천공항 뉴스는 씁쓸하지만 누가 말리겠습니까?

그나마 명절 전에 성묘라도 다녀 갔다면 업어 주고 싶지요.

문명의 발달로 조상 숭배는 이제 박물관이나 고서적에서나 찾아봐야 할듯합니다.

벌초작업후에 보내주는 몇장의 사진으로 이만하면 됐다하는 마음가짐에 저자신도 슬퍼집니다.

전화 통화할때 틀림없이 성묘다녀간다 하지만 아마도 절반 이상은 허공의 메아리이더군요.


요즘 북한정권이 하는 행동이나 호환마마보다 제가 더무서운것은 벌들의 공격입니다.

장수말벌,땅벌의 공격이 너무 무섭네요,

어찌보면 목숨걸고 하는 작업이랄수도 있는데...

벌초요금 비싸다고 깎아달라고 하시면 내가 풀깎는 사람이지 돈깎아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오늘도 산소 5장과 결투 아니 사투를 해서 승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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