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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태의 세상 이야기.
[스크랩] 상고대와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같은 무등산. 본문
무등산
언 제: 2006년 12월 10일
위 치: 광주광역시, 전남 화순군
누 구 와: 산사랑 산악회
경 로: 영평마을입구~규봉암~지공너덜~장불재~입석대~서석대~입석대~장불재~
백마능선~안양산~둔병재(휴양림매표소) 소요시간(4시간30분)
버스가 영평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제일먼저 나를 맞이한다.
그 너머 무등산의 천황봉은 하얀 상고대가 만발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마을 진입로를 따라 들어서니 마치 미로인양 가옥의 담장을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본격적인 임도로 시작되는 산행에 접어든다.
조금을 오르니 급해지는 경사가 예사롭지가 않고 해가 중천에 걸려 있지만 아직도
녹지 않은 서릿발이 발길에 서걱서걱 부서진다.
양지바른 곳엔 녹아내린 서릿발의 물기가 일보전진하면 이보후퇴하게 미끄럽다.
산 아래서 올려다 본 무등산은 완만하고 여성적이며 부드러운 산이라 짐작했지만
막상 오르는 길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산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익히 알지만 오늘 다시한번 자연의 미묘함을
깨닫게 한다.
옆에 동행하시는 산사(山士)님께서 “산을 누구도 거부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공평하게
순리에 의해 동화되도록 한다.“ 는 명언에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에도 머릿속에 쏙 들어온다.
산을 선비에 비유하며 산을 닮아가고자 산사(山士)라는 호를 가지게 되었다는 산사님다운
철학이다.
급한 오르막이 끝나고 너덜이 보이기 시작하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살며시 마주하는
암자가 있으니 규봉암(圭峰菴)이다.
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순응대사가 중창했다고 전해지며 혹은 고려초 도선국사,
보조국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 절에 신라의 명필 김생(711∼791)이 쓴 규봉암의
현판이 전해 오다가 절취 당했다고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고려 말에 왜적들과 전투를 벌였던 격전의 현장이기도 한데,
1739년 3월 20일에 쓴 규봉암 상량문이 발견되어 당시에 규봉암을 재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지도서(1759)에 의하면 폐찰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로 보면 규봉암이
그리 크게 증축되지 않았거나 다시 폐찰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 6. 25 동란으로 사찰이 불에 타 10여 년간 폐허가 되었으며,
1957년 관음전과 요사채를 지어 복구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규봉암 옆에 있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괴석 광석대는 입석대,서석대와 더불어 무등산
3대 석경(石景)으로 꼽힌다.
관음전 앞에 우물에서 졸졸 흐르는 우물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시니 갈증 탓인지
그 맛이 꿀보다 더 맛있다.
암자옆에 솟아 있는 광석대를 옆으로 길을 따라 진행하니 너덜 지대가 나온다.
지공 너덜이다.
인도의 승려인 지공대사(指空大師)에게 설법을 듣던 라옹선사(懶翁禪師가) 이곳에
수도하면서 명명한 것으로 지공대사가 여기에 석실을 만들고 좌선수도하면서
그 법력으로 억만개의 돌을 깔았다고 전해온다.
너덜지대이지만 황철봉과 달마산의 너덜에 비하니 지공너덜은 온순하여 오히려
걸음걸이를 편하게 해준다.
산중턱을 오르면서 미끄러움에 잃었던 기운이 다시 회복된다.
곧이어 도착하는 장불재이다.
장불재에는 억새들이 가득하여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서로 몸을 비비며 한참지난 가을을
추억하고 있는 듯하다.
입석대가 지근거리에 있고, 서석대는 아직도 상고대들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나
청명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에 순식간에 솟아져 내리는 상고대를 보아왔던 터라
나의 마음은 더욱 급해 진다.
부지런한 사람만이 찍을 수 있다는 상고대, 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아침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도 붙어 있으니 참으로 축복받은 산행이다.
숨을 몰아 쉴 시간도 아깝기에 발길을 재촉한다.
입석대에 도착하니 세로로 발생한 절리 현상에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명물이지만
지금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서석대의 아름다운 상고대가 이룬 눈꽃이 어른거릴 뿐이다.
힘겹게 오르는 앞사람의 걸음걸이에 급한 마음에 답답한지 기회만 되면 추월이다.
드디어 펼쳐지기 시작하는 상고대의 향연이 억새 줄기에도 여지없이 달라붙어 풍광의
조연으로써의 역할에 여념이 없다.
서석대에 다다르자 아래에서 올려다 볼 때보다도 더욱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산행 시작점이 남동쪽 이였기에 이정도 인줄은 몰랐는데, 북서쪽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상상을 초월한다.
바다와 가까운 남도의 특성상 수분을 머금은 해풍의 영향으로 그 정도가 달랐으리라........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
북서쪽으로 약간 내려서서 바위위에 올라서니 병풍같이 서있는 서석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위의 검은 색깔과 하얀 상고대의 대비가 멋들어지다.
지금 이순간은 시간 개념도 없다.
오직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만이 존재할 분이다.
오랜만에 도취된 촬영에 70여 컷을 찍었을까........
이제 서서히 꿈속의 황홀경에서
깨어나니 배가 고파온다. 땀이 식고 난 다음에 느끼는 바람은 몸을 망치기 일쑤이다.
바람이라도 패해야 행동식이지만 소화를 시킬 것 같다.
하지만 상고대의 아름다움에 취해 미처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웅장한 풍경들이
이제 조금씩 다가오니 이 또한 촬영에 바쁘다.
입석대를 지나 내려오다 후미 팀과 조우한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기에 같이 모여 식사하기로 한다.
산행 중 처음으로 후미 팀과 같이하는 식사인데, 그 메뉴가 다양하다.
한참 제철을 맞이하는 과메기, 그 유명한 송탄부대찌게 등 대단한 먹거리에
행동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점심이 갑자기 진수성찬(珍羞盛饌)으로 바뀐 것이다.
금강산구경도 식후경 이랬는데 여기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먹기에 바쁘다.
하지만 나는 다시 진행해야 한다.
허리곡선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5년 전에 한번 와본 곳이지만 오늘은 무등의 능선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 조금씩 산사람이 되어 가는 것일까?
어느 산을 가더라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희열의 미소 짖는 일이 점점 잦아지니
........
사람이 생각에 따라서 달라 보이는 자연의 오묘함이 나를 또다시 부끄럽게 만든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억새가 뒤 덥혀 있는 백마능선의 아름다운 능선을 여인의 살결을 만지듯
아주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고 있다.
살포시 솟아있는 꼭대기를 보라 우아한 자태위에 올려져있는 바위는 마치 면류관이라도
쓴듯하다.
저 앞에 안양산이 보인다. 펼쳐진 억새 사이사이 자리하고 있는 철쭉나무들이 있으니
봄이 되면 이 능선의 백미중의 하나인 철쭉들이 그 아름다움을 뽐낼듯하다.
안양산을 올라 지나온 행로들을 바라보며 부드러운듯하면서도 강함이 있는 무등의
아름다움에 다시한번 도취되어 본다.
이제부터는 하산이다.
아직도 떨어져 날아가지 못한 억새의 홀씨들이 저 아래 나지막한 능선을 배경으로
역광을 받은 채로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참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명산임에 자꾸만 머리를 끄덕이게 한다.
억새길을 지나고 활엽수림의 낙엽이 가득한 내리막길.......
수북이 쌓인 낙엽과 함께 오르막만큼이나 가파른 경사에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그나마 발줄이라도 매어 놓았기에 망정이지.......
미끄럼 타듯 한참을 내려오니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가니 드디어 산행 마무리 지점인 안양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이다.
즐거웠던 4시간30분의 산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영화"벤허"사랑의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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